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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e2020/avec20

[깡박] 비욘세, 리콜라, 섹스밤

[깡박] 비욘세, 리콜라, 섹스밤

- 아리스토텔레즈

 

 

 

 

 

 

 

   “ 강슬기랑 헤어진거 아니었어?”

 

 

   내말이.

 

   박수영은 진짜 미치고 환장할 노릇이었다. 

 

   어쩌다 노릇이 되었는지 설명하기 전에, 수영에 대해 소개하자면 수영은 아이돌그룹의 큐트 담당이다가 이제는 섹시 담당이 멤버를 맡고 있다. 분명 띠드버거 사달라고 언니들에게 뀨뀨꺄꺄거렸는데 어느 순간 머리를 위로 쓸어넘기며 묘한 눈빛으로 카메라를 응시하고 있었다. 그런 수영이 5년간 몸담고 있는 그룹의 이름은 비코.

 

 

   “하나둘, 안녕하세요! 베스트 오브 코리아, 비코입니다!”

 

 

   B.KO. 읽는건 비코. 베스트 오브 코리아라는 뜻까지 듣고 나자빠진 사람이 트럭이지만, 수영을 센터로 내세운 비코는 한강의 기적이 아니라 중소의 기적이라는 말을 들으며 당당히 1 여돌로 진입했다. 수영은안녕하세요 베스트 오브 코리아, 비코입니다!”라고 인사를 때마다 소속사 사장이 생각났다. 대형 소속사에서 이사까지 하다가 나온 사람이라고 했는데, 나온게 아니라 쫓겨난거 아니야? 라는 합리적 의심이 들게 하는 사람이었다. 대표적 예시가 비코라는 네임 뒤의 비하인드 스토리였다. 소속사 사장은 비욘세, 비틀즈를 보아하니가네 사람들이 잘된다며 비욘세 오브 코리아를 줄여 비코라는 이름을 지었더랬다. 미친새끼수영은 욕을 꾸역꾸역 삼켰다. 물론 수영은 욕을 삼키고 계약했지만, 회사를 떠나간 직원 언니들은 비하인드에대표가 또라이’, ‘연예기획사인데 감이 없음. 미래가 없음.’, ‘여기서 데뷔하는 애들이 불쌍. 절대 못뜰거니까.’라고 남기고 떠나갔다.

 

 

   여튼 느개비랜드가 이름이 아닌게 신기한 소속사였다. 앞서 말한 블라인드가 무색하게 비코는 2 만에 음원차트 1, 공중파 음악방송 1위를 밥먹듯이 하는 어엿한 1 여돌이 되었다. 케이블 방송, 웹드, 웹예능 가리지않고 수영이 피디님과의 악수로 따내서 그룹을 알린 덕분이었다. 비코 덕에 느개비랜드 기획사는 상장에 성공했고, 상작 소식을 들은 수영은 그렇게 생각했다. ‘지금부터 YOLO.’ 성공을 위해 깨물고 달려온 수영도 주변을 둘러보고 삶을 즐기기 시작했다. 

 

   연애로 말이다.

 

   혹시라도 연애하다 걸려서 그룹 빠그라질까 전전긍긍하던 수영은 대중이 사랑한 여돌이라는 타이틀을 받고 나서야 아육대에서 모가지를 돌릴 있었다. 전엔 누구랑 엮일까봐 경마장 말처럼 돌아다녔는데, 드디어 목도 풀고, 다리도 풀고 인사도 하고 그랬다.

 

   그런 수영의 레이더에 잡힌건 대형소속사의 1 여돌이면서 현재 솔로로 열심히 활동 중인 강슬기였다. 원래도 슬기가 몸담고 있는 리콜라(목사탕이 아닌 슬기가 속한 그룹명이다) 좋아했던 수영이라 슬기 선배님에 대한 호감이 있었으나, 아육대에서 혼자 아무것도 출전하지 않아 가만 앉아있는 수영에게 꿀호떡을 인사와 함께 내민 슬기에게는 호감이 생겼었다.

 

   머리를 하나로 질끈 묶은 슬기는 귀여운 곰도리마냥 웃으면서수영 맞죠? 이번 노래 너무 좋아요.”하며 수영에게 꿀호떡을 건네고 옆에 털썩 앉았는데, 그런 슬기를 보고 수영은 볼만 살짝 붉히며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저도 선배님 좋아해요.”라고 답했다.

 

   어딘가 간질간질한 첫만남이었고, 분명 수영은 낯을 엄청나게 가렸는데 자연스러운 슬기덕에 꿀호떡을 개째 받아먹고 저는 번호를 내주었다. 그게 수영과 슬기의 시작이었다.

 

 

   “우리 방송국 말고 다른데서도 만나봐요.”

 

 

   슬기와 수영은 닮은 구석이 많아서, 만나면 서로가 신기하다고 생각했다. 

   분명 극명히 갈리는 부분은 있었지만, 슬기와 수영은 좋아하는 것들이 많이 겹쳤다. 옆구리를 칼로 베면 오믈렛이 흘러내리는 오므라이스라던가, 러쉬의 섹스밤을 녹인 물에서 목욕하고 나와서 머리카락 끝에 배인 냄새라던가, 윤슬이 반짝이는 한강의 한토막이라던가. 서로가 이것도 좋아할까? 생각하며 이것저것 해보려고 계속 다음 약속을 잡고, 일상을 살아가다가도 문득 궁금한게 많아서 물어보려고 연락을 하고 하며 둘은 서로에게 녹아들었다.

 

 

   둘은 그렇게 쉽게 사랑에 빠졌다. 낯은 가려도 좋고 싫음은 확실한 수영과, 일단 좋으면 직진하고 보는 외골수 슬기는 합이 아주 좋았다. 고구마치즈돈까스처럼. 수영이가 슬기의 고백을 받아주고 나서 슬기는 - 하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 진짜 너가 거절하면 어떡하나 했어.”

   “거절하면 어쩌려고 했어?”

   “ 번은 찍어야지!” 

 

   서로의 인스타그램에 너는 반쪽이니, 우리 병아리니 곰도리니 하며 대놓고 팬들을 아주 기만했었는데, 그렇다 보니 둘의 만남이 어그러진 다음에 피드에서 서로를 지울 없을 때는 입에 씁쓸함이 맴돌았다. 지우면 분명 좋지 못할 기사나 반응이 생길거니까. 사랑할 생각하곤 했다.

 

 

   슬기와 수영은 닮은 구석이 많아서, 헤어졌다.

   수영은 미감은 애저녁에 뒤졌고, 기획은 똥통에 빠져있는 중소에서 나온 자신의 그룹을 살리기 위해서 이를 갈았던 사람이고, 슬기도 대형기획사에서 데뷔조에 들기 위해서 코피가 멈추면 땀이 흐르는 노력을 했었던 사람이었다. 데뷔 이후에는 같은 기획사의 남돌이 받는 삐까번쩍한 푸쉬의 분의 일도 겨우 받는 슬기는 겉으로는 무던하고 잔잔해보였지만 수면 아래의 발은 아주 요동치는 사람이었다. 자신의 커리어가 모든 가치 중에 최상위에 있는 사람들이었다. 그런 부분이 닮아서 헤어졌다. 서로를 가장 사랑할 수가 없어서.

 

 

   500 기념일에는 절대 스케줄 잡지 말고 같이 짧게라도 여행을 가자고 했던 둘의 약속을 슬기가 무참히 깨버려서 한바탕 싸운 뒤였다. 수영이 알기로는 슬기가 분명 컨트롤 있는 스케줄이었는데, 슬기는 입지를 위한 중요한 기회라며 500 당일에 덜렁 잡아버렸다.

 

   “언니 우리 500일에 어디 갈까? 바쁘면 제주도 갈까?”

   …, 스케줄 생겼어.”

 

   정말 미안해. 다음 가면 안될까? 슬기의 뒤따른 말에 수영은 언니는 진짜 뻔뻔하다며 열을 내기 시작했고, 신경을 긁으려 튀어나오는 수영의 말에 슬기도 때문에 300일에 여행 못가서 500일에 가자고 했던거잖아.”라고 말해버린 탓에 둘은 아주 개싸움을 시작했다. 결과는,

 

 

   우리 서로 외롭게 하지 말고, 각자의 길을 가자. ? 언니도 나도 일이랑 결혼하고.”

 

 

   수영의 이별 통보에 슬기는 그리 충격받은 표정은 아니었고, 오히려 그럴 알았다는 정도였다.

서로가 최우선이 아니라서 외로울 바에는 만나지 말자는 수영의 말을 슬기는 특유의 무던해보이는어쩔 없지표정으로 받아들였다. 그렇게 둘은 그렇게 좋지 못하게 끝났

 

    알았는데. 

 

 

   이거 나랑 넷플릭스 공유하는 울뿅알

 

 

   귀엽고 보송해보이는 병아리 털인형을 볼에 밀착한 사진을 찍고는 저런 문구를 인스타스토리로 올린 슬기탓에 둘의 연애-이별 소식을 아는 사람들은 수영에게 둘이 헤어진거 아니냐고 연락을 해왔다. 처음에는 매일 같이 있다가 갑자기 서로의 이야길 안하면 불화설 뜨니까 그런거 같다고 생각했지만, 온갖 병아리와 사진 찍어 올린지 벌써 2주가 강미친놈씨 덕에 수영은 아주 피가 말리는 노릇이었다.

 

 

   아니 새끼 진짜 왜이래? 수영이 어떤 답도 하지 않으니 팬들이 둘이 뭐임? 하며 같잖은 궁예를 올리는게 싫어서 수영도 두번 사진 찍어다가 인스타스토리로 올렸다. 피드에는 흔적 남는다고 스토리로만 올린 수영과는 다르게, 슬기는 피드에 #tbt라며 수영과의 과거 사진도 올리기 시작했다.

 

 

   수영아 강슬기 진짜 강적이다.”

    새끼 말도 하지마요즘 머리 깨질 같아.”

 

 

   @gomdori_sg 님이 댓글을 남겼습니다. 수영아 넷플릭스 추천해줘~

 

   진짜 우리 그렇게 나쁘게 헤어진 것도 아닌데 나한테 이렇게 빅엿을 주고 싶나??? 그리고 지가 잘못해서 헤어진거잖아. 수영은 그룹의 리더 언니랑 같이 전시회를 갔다 와서 인스타에 게시물을 올렸는데, 올리자마자 뜨는 댓글 알림에 뒷목을 잡고 넘어갔다가 3 후에 깨어나서 같은 그룹의 동갑멤버인 연지에게 우다다 욕을 쏟아냈다. 연지는 수영의 휴대폰을 건네받아 인스타를 보고는 심각한 표정으로 수영에게 물어왔다.

 

 

    혹시 언니한테 떼먹었어?”

   아니 미쳤냐?”

   “…그럼 언니 방에 똥이라도 지린거야?”

 

 

   아니라고!! 차라리 똥이라도 지렸으면!!! 베개에 얼굴을 파묻고 강슬기 진짜 죽여버릴거라고 하는 수영의 등을 쓸어주며 연지는 그저 힘내라고만 했다. 똥은 지리지 말고. 걸그룹이니까

 

 

 

   인스타그램에 툭하면 태그하고, 댓글 달고, 인터뷰하면 수영이랑 먹었는데 좋았다, 봤는데 재밌었다 같은 류의 말을 해서 계속 저와 이름이 함께 뜨고. 전국민이 수영과 슬기가 아주 베프 오브 베프라고 생각하고 있는 상황이지만, 국민여동생이자 대중돌인 수영이는 슬기에게 답글로개미친새끼야라고 달고 싶은 욕구를 아주 꾹꾹 참느라 바빴다. 자다가도 개새끼야 그만해 라고 댓글을 달고 싶어서 번쩍 눈이 떠질 정도였으니까.

 

   그러면서 수영이에게 따로 디엠을 보내거나, 카톡을 보내거나, 문자를 하는 것도 아니고. 혹시나 수영이 먼저 연락을 했다가 슬기가 어떤 미친 행동으로 답해올지 몰라서 수영은언니 대체 왜이러는데요 그만해 개새끼야라는 말을강슬기라는 단어에 텍스트 대치 설정해둔 대로 일주일을 보냈다.

 

   그리고 일주일이 지나고 나서 수영은 카톡에서 ‘z강슬기 찾아 대화방에 들어간 강슬기 입력했다. 슬기가 다음 콜라보는 자신의 넷플릭스 버디인 수영과 하고 싶다고 수줍게 인터뷰를 봤기 때문이었다.

 

 

- 언니 대체 왜이러는데요 그만해 개새끼야

- 수영아 인터뷰봤어

- 봤으니까 이러지 개새끼야

- 보고싶어

- 왜이러냐고 진짜 개새끼야

 

 

   자기 말만 하는 명의 대화는 수영의 개새끼야 울부짖음으로 끝이 났다. 슬기가 카톡을 읽고 씹은 덕분이었다. 이제 티비에서 웃는 강슬기 얼굴만 나와도 치가 떨렸다. 다시는 연예인 만나지 않으리. 수영은 채널을 돌리다가 리모컨을 소파 구석에 집어던졌다. 

 

 

 

    역시 국민자매다워~ 너무 어울려~”

    개새끼님.’

 

 

   수영은 속으로 욕을 바가지 끼얹으며 겉으로는 눈을 살살 접어 웃었다. , 수영과 슬기가 인터넷에서믿고 듣는 꿀조합으로 퍼지기 시작하며 둘의 콜라보 음원을 기대하는 여론이 커졌다. 수영이 슬기랑 헤어져서 그건 , 이라고 말했으나 상장시켜준 주역의 말은 귓등으로도 안듣는 소속사 사장이 슬기네와 컨택을 마치고 둘이 함께 요즘 잘나가는 드라마의 OST 부르게 됐다.

 

 

    소식에 연지는 양푼에 고추장을 잔뜩 넣은 비빔밥을 비벼 수영에게 안겨줬고, 리더인 지윤 언니는 수영이 혹시나 열받아서 죽을까봐 아이스크림을 하프갤런으로 사왔다. 그것도 제일 시원한 민트초코로만 가득 퍼서. 다른 멤버들은 발소리도 안나게 걸어다녔다. OST 소식을 들은 수영은 슬기에게 카톡으로 미쳤냐고, 언니는 어디 바꿔먹은지 오래였고 쌍욕은 머릿말 협박은 꼬릿말인 문자들을 우수수 보냈다. 

 

 

   우리 헤어졌는데 왜이러냐고 진짜 

 

   슬기는 다른 문자는 읽씹하더니 저기에는 답을 했다. 친절히 답글 기능까지 이용해가며, ‘너랑 다시 잘해보고 싶으니까.’라고.

 

 

 

   수영은 슬기의 일련의 행동에 오만 정이 털린 상태여서 다시 잘해보긴 개뿔이. 다시 만나면 내가 개다! 라고 멤버들에게 말했다. 하지만 수영은 개를 좋아해서 그런지, 개가 됐다. 박수영은 강슬기랑 잤다. 

 

   둘이 같이 이슬라이브까지 하게 돼서, 속마음을 숨긴채 슬기와 아주 친한척 볼을 맞대고, 러브샷을 아래로 넘기고, 슬기가 먹여주는 삼겹살을 씹어먹었다. 상황이 술이 말린다며 수영은 주량을 오버해서 마셨고, 촬영이 끝난 이후로는 블랙아웃의 시작이었다. 평소 같았으면 카메라 앞에서 절대 정도로 마시지 않았겠지만, 슬기가 옆에 있으니 쏘주가 술술 넘어간 탓이었다.

 

 

   “….”

   콩나물 먹고 갈래?”

 

 

   헤어진 강슬기에게 저를 넘긴 매니저를 나중에 족쳐야겠다는 생각은 접고, 콩나물 국을 권유하는 슬기에게 괜찮다고 손사래를 치려다가 쓰려오는 속에 살며시 고개를 끄덕였다. 적막 속에서 슬기가 끓인 콩나물 국에 그릇을 먹고 나니 아침에 몰려온 현타와 머쓱함은 온데간데 없고, 이걸 끝맺어야 겠다는 어떤 결의만 수영에게 차올랐다. 허리가 아픈 것으로 보아, 어제 멋진 밤을 보낸게 틀림이 없지만, 그건 그거고.

 

   수영이 마지막 숟갈을 뜨기도 전에 슬기는 벌떡 일어나더니 칫솔을 들고 나타났다. 커피 마시고 양치도 하고가, 수영아. 분명 어제만 해도 이랬으면 왜이렇게 구질거리냐고 마디 쏘게 했을 저이지만, 숙취로 걸레짝이 저이기에 수영은 그냥 칫솔을 받아들고 끄덕거렸다.

 

 

   수영이 좋아하던 성수의 카페에서 팔던 더치 원액을 냉장고에서 꺼낸 슬기는 더치에 우유를 붓고, 바닐라 시럽을 펌핑해 넣어 달달한 바닐라 라떼를 만들었다. 수영의 취향 그대로였다. 그런 일련의 모습을 가만 보던 수영은 슬기가 건넨 바닐라라떼를 모금 빨아마시고는 입을 열었다.

 

 

 

   언니, 진짜 나랑 다시 잘해보려고 그런거야?”

   .”

   아니…, 우리 이미 끝났잖아. 서로 불편하게 그래? 우리 헤어질 언니도 그냥 받아들였잖아.”

   수영아, 넷플릭스 봤어?”

   지금 넷플릭스 얘기가 나오는데. 넷플릭스 이야기 그만해.”

 

   슬기와의 소동에 피로함만 느끼는 수영은 어떻게든 슬기와 끝내보려고, 같은 연예계 종사자끼리 얼굴 붉히기도 싫으니까 지금이라도 마무리 해보려고 이야기를 꺼내고 있는데 슬기가 계속 대화 주제를 돌리니 다시 한숨만 나왔다. 내가 어쩌다 이런 사람이랑 사랑을 했었는지. 수영이 살아가며 절대 하지 않으려는게 후회였으나, 슬기가 인생의 후회로 남게 것만 같았다.

 

   언니. 언니가 이렇게 제멋대로 사는 사람인 줄은 몰랐어. 언니를 좋아했던 스스로가 비참하게 느껴지게 하는거야? 가볼게. 밥이랑 커피 고마워. 근데 우리 여기서 끝이었으면 좋겠다.”

 

 

   수영은 슬기의 대답도 듣지 않은채 박차고 일어나서 가방만 챙기고 나왔다. 뒤에서 수영아, 수영아 하고 불러오는 구질구질끝판왕은 신경도 쓰지 않으리. 대중돌 타이틀을 포기하더라도 강슬기를 지금부터 존나 쌩까리.

 

 

    길로 집에 돌아온 수영은 뜨거운 물에 섹스밤을 풀고, 입술까지 물에 넣은채 눈을 감고 물소리에 집중했다. 슬기언니도 그렇게까지 미친놈은 아니니까 이제 알아들었겠지. 나도 완전 정리하자. 욕조에서 나가면 언니랑 공유하던 넷플릭스도 삭제하고, 인스타그램 피드도 정리하고, 아이클라우드도 지우고. 그리고 다음에는 섹스밤 살거야. 인터갈락틱만 써야지. 언니가 인형도 정리하고……

 

 

   그런 다짐이 무색하게, 슬기와 헤어진지 반만에 들어간 넷플릭스에서 와르르 무너졌다. 사용자를 고르라는 화면에서 곰도리와 병아리로 나뉘어져있던 사용자들은 없고, 개의 사용자가 생겨있었다.

 

   수영아진짜

   미안해내가

   잘못했어

   우편함확인해

 

   수영은 반동안 저를 기다리고 있었을 슬기의 사과를 목도하자 뻣뻣하게 굳어버렸다. 계속 넷플릭스 봤냐고 하던 것도, 이것 때문이었구나. 그런 생각을 하고 있었을 때는 이미 계단을 달려 숙소 1층으로 내려가고 있었다. 5층을 뛰어내려가 비밀번호를 입력하자 열린 우편함에는 반을 차갑게 보낸 편지봉투가 구석에 있었다. 발신인의 이름도, 수신인의 이름도 적혀있지 않았지만 병아리가 그려진 편지지가 말했다. 내가 바로 슬기가 보낸 편지라고.

 

 

 

   숨차게 헐레벌떡 내려온 것과는 다르게 수영은 밤이 때까지 편지봉투를 뜯어보지도 못했다. 뭔가가 와르르 쏟아질 것만 같았고, 두툼한 편지봉투가 그의 근거였다. 슬기의 집에서 나온게 오후 1. 욕조에서 나온게 오후 4. 그리고 다음 오전 2시인 지금까지 수영은 침대에 웅크려 앉아 책상에 놓인 편지봉투만 노려봤다. 저걸 보고 달라질지, 아니면 욕조에서 마음 먹은 것처럼 정리할지는 온전히 수영의 선택이었다.

 

 

   우웅-.

   하지만 진동과 함께 슬기의숙소 지하주차장인데 잠깐만 나와줘. 부탁이야.’ 수영의 선택지에 없었다.

 

 

    반을 넷플릭스를 보게 간접적으로 유도하기만 해서 몽땅 실패한 둔탱이가 수영이 답을 안한다고 해서 집에 돌아갈리가 없다는 수영은 알았다. 아직 뜯지도 않은 편지봉투를 들고 수영은 지하주차장으로 내려갔다. 

 

   L4. <겨울왕국 2> 같이 보고 나와서 L4 주차하며 엘사라고 하던 슬기답게, L4 차를 대고 기다리고 있었다. 수영이 가까이 다가가 창문을 똑똑 두드리니 졸고 있던 슬기는 허둥지둥 일어나 수영이에게 조수석에 타라고, 지하주차장 공기가 좋다고 말했다.

 

   수영은 잔말하지 않고 조수석에 올라타서 슬기의 앞에 편지봉투를 내밀었다. . 뜯기지도 않은 봉투를 받은 슬기는 편지봉투를 요리조리 보다가 중간 콘솔에 봉투를 넣었다. 안봤네.

 

   .”

   아냐. 잘했어. 봐도 .”

    넷플릭스도 오늘 확인했어. 미리 말하지 그랬어. 사람 미안하게.”

 

   너가 미안해. 내가 계속 바보처럼 굴었던건데. 코를 먹은 슬기는 무던하게 그렇게 말했다. 수영아.

 

 

   미안해.”

   “…..”

   “500 약속 깨서 미안해. 300일에 너도 깼지 않냐고 그래서 미안해. 진짜 너가 일보다 좋은데, 내가 아직 마음을 쓰는게 서툴러서그래서 그랬어. 욕심도 많고. 너가 헤어지자고 했는데도 계속 구질거리고 그런 것도 미안. 편지 써두고 넷플릭스 보라고나 해서 미안해. 편지가 아니라 이렇게 말로 했었어야 했는데. 내가 아직, 겁이 나서이렇게 마음을 글이 아니라 말로 말하는게너무 피부에 느껴져서.”

 

 

   그냥 내가 좋아서 다시 잘해보려고 그래서 미안해. 너는 정리했는데

 

 

   슬기랑 500 가까이 만나면서도, 좋아한다 사랑한다는 말은 많이 들었지만 이렇게 날것의 내면을 듣게된건 처음인 수영은 코가 아렸다. 슬기랑 번째 만남에 갔던 스시집에서 너무 긴장해서 와사비를 너무 많이 넣어 먹었다가 코가 돌아서 눈물을 찔끔 뺐던 문득 생각이 났다. 마무리는 제대로 못하지만 눈만은 절대 피하지 않는 슬기를 보니까 때의 감정도 생각이 났다. 노래하는 것만큼 언니가 좋다고 생각했던 때가.

 

 

   슬기는 여전히 수영의 마음을 몰랐다. 그래서 저를 바라보는 수영의 표정이 말하고 있는지 모르겠어서 머쓱하니 머리를 긁다가 말을 덧붙였다.

 

 

    이제 오므라이스도 좋아하고 돈까스 좋아할거고, 러쉬 배쓰밤도 섹스밤 말고 그냥 다른 써볼게. 한강에 드라이브 가서 분씩 강물에 비치는 구경하는 것도 안할게. 너가 . 생각 하지 말고.”

   “…언니는 좋아하는 포기하는게 쉬워?”

   ?”

   그렇게 나도 포기할거야? 언니가 번은 찍는다며.”

 

 

   그렇게 모르겠던 수영의 표정이 한눈에 읽혔다. 정답을 없던 수영의 마음이 지척에 있어 손에 닿이는 것만 같았다. 손바닥에 배어나오는 땀이 사랑인 것만 같아서, 말했다.

 

 

    지금 너한테 키스해도 ? 우리 다시 500 계획 짜도 ? 그리고 너가 용서해도 ?”

   . . 그리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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